김명기 시인, 네 번째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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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시인, 네 번째 시집 출간
  • 김지훈
  • 승인 2024.08.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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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시는 삶의 구체적 순간을 강렬한 실감으로 전달하는 역량에서 생성”

넋을 새기며 울어대던 매미 소리도 잠잠해진 늦여름 오후 이어폰 속으로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흘렀지만 험한 파도와 겯고 오는 바람이 진정한 인생과 영원한 평화를 알 수 있겠나 타인의 슬픔은 너무 쉽게 망각하고 내 슬픔마저 잊고 사는 동안 나는 이미 고통에 중독된 사람 바람을 맞아야 돌아가는 풍향계처럼 통곡을 보고야 통곡인 줄 아는 사람  / 「파랑주의보」중에서

삶의 노동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대끼며 꾸준히 자신의 언어와 색채로 시를 쓰는 김명기(북면 두천리, 55세)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멸망의 밤을 듣는 밤>으로 독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온다.

이번 시집은 K-포엣(poet) 시리즈(ASIA 출판사)로, 출판사는 ‘지금 바로 이 세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분노와 침잠, 연민과 사랑의 감정 등을 김 시인의 섬세하고 특유한 언어로 시적 리듬을 통해 풀어낸다. 그는 때론 직설적인 목소리로 또 때로는 정제된 이미지로 그만의 서정성을 확립해 나간다’고 서평했다.

또한 이번 시집의 수록작 중 일부는 전승희 번역가의 손을 거쳐 영문판 <At Night, Listening to the Night of Destruction>으로도 출간돼 국외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김명기 시인은 “시집 묶는 일은 매번 새로운 불행을 함께 묶는 일 같습니다. 버려지고 무너지고 해체되는 질곡의 시간을 붙잡고 겨우 버티는 중입니다. 이번 시집 역시 향방을 알 길 없는 불행에 대한 기록입니다. ‘부디’라는 기원과 ‘결국’이라는 처참을 함께 담았습니다. 그것 말고 달리 무슨 도리가 있었겠습니까”라며 소감을 전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김명기의 시는 한국 시단의 전체 지형 안에서 매우 유니크한 힘을 갖추고 있는 사례이다. 그의 시편이 가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삶의 구체적 순간을 강렬한 실감으로 전달하는 역량에서 생성된다”며, “그것이 노동의 과정이든, 새삼 고백하는 가족사의 잔영이든, 아니면 이웃 사람들에 대한 관찰의 순간이든, 그의 시는 사실성과 진정성을 결속하면서 한국어의 심층을 훤칠하게 관통해간다”고 설명한다.

이어 “이번 시집에는 더는 있을 수 없는 풍경, 장소, 사람들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며 ‘산 자들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떠나간 가족의 생전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친구와 도망갔던 길을 다시 따라가 보기도 한다. 한 인간의 생멸에서부터 가족 관계, 전통적인 가치 등이 천천히 쇠락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며, “그는 수많은 비극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져 온 수많은 생을 떠올리면서 비관주의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간다. 선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이 폭력적인 주류 질서 속에서 지워지고 퇴락하고 때로 패배하지만, 김명기 시에서 그것들은 한결같이 스스로의 존재 증명을 통해 오롯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 우리 시대에 그의 시가 오롯하고 소중한 증언으로, 반짝이며 녹아내리는 얼음 같은 희망처럼 다가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명기 시인은 2005년 『시평』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북평장날 만난 체 게바라』 『종점식당』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등이 있다. 작가정신 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본지 ‘시와 차 그리고 향기’ 코너에 격주간으로 시와 이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며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네번째 시집은 울진읍 소재 평지서림(울진농협 주차장 옆)에서 9월초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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