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茶 그리고 香氣] 가장 가벼운 짐 / 유용주(1959~)

2022-02-14     김명기 시인

가장 가벼운 짐 / 유용주(1959~)
 

잠 속에서도 시 쓰는 일보다

등짐지는 모습이 더 많아

밤새 꿈이 끙끙 앓는다

어제는 의료원 영안실에서 세 구의 시체가

통곡 속에 실려 나갔고

산부인과에선 다섯 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햇발 많이 받고 잎이 넓어지는 만큼

생의 그늘은 깊어만 가는데

일생 동안 목수들이 져 나른 목재는

삶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겨우 자기 키만한 나무를 짊어지는 것으로

그들의 노동은 싱겁게 끝나고 만다

숨이 끊어진 뒤에도 관을 짊어지고 가는 목수들,

어깨가 약간 뒤틀어진 사람들
 

[쉼표] 유용주 시인이 2002년 발간한 시집의 표제시입니다.

유용주 시인이 받은 제도권 교육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입니다.

그렇게 가난에 팔려 중국집 배달원으로 술집 웨이터로 목수로 생을 살면서 자신의 몸을 거쳐 간 일을 시로서 풀어냈습니다.

못 배운 사람과 아주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의 범죄율이 큰 차이가 없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시인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몸으로 채득한 사람의 냄새가 바로 그것입니다. 고흐나 고갱이 좋은 대학을 나온 것이 아니듯, 몸이 채득한 삶은 뛰어난 예술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혹여 시나 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뜬구름 같은 혹은 어디서 들어 본 유행가 가사 같은 이야기 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 그곳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시의 어느 한 문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해된다고 누구나 쓸 수 있는 쉬운 시는 아니라는 것도 염두 해야 합니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문학의 어휘력은 풍성해집니다. 새로운 말이 계속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는 결국 마음에 닿는 문장의 예술입니다.

무거운 말보다 가장 가벼운 말로 이야기를 끝맺는 이 시처럼.